발간서

『가람문학』

1979년 창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한 <가람문학회>는 이듬해 10월 회원 작품을 모아 『가람문학』 창간호를 발행하였다. 147쪽 분량으로 창립 취지문을 서두에 싣고 37명의 회원작품과 시조시 관련 기고문 등을 수록했다. 『가람문학』은 1980년부터 현재까지 연간지로 발행되고 있으며, 1989년, 1999년, 2009년, 2019년에 각각 10주년, 20주년, 30주년, 40주년 특집호를 출간했다. 그동안 다양한 대전 지역 시조시인들의 시조 작품과 작품세계를 싣는 등 지역 시조문단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미지 없음

『가람문학』 창간호

1980년 발간

정훈, 「가람문학의 의의」

생각하건대 시조시는 우리가 연륜을 더 할수록 정답고 대단한 혈육의 정을 느끼게 합니다. 그 까닭은 천 년을 이어 오며 우리 조상들의 체취와 얼과 정신이 스며있고, 우리 겨레와 호흡이 맞는 가락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 대대로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정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우아한 의상이 우리와 더불어 영원한 것처럼 시조시도 우리 겨레와 함께 영원할 것입니다. 

천 년 동안 뿌리를 내려온 시조시야말로 우리의 참다운 시인 것이며 우리 민족의 특수한 시조시야말로 앞으로 세계시단에 이채로운 꽃 한 떨기를 더 할 것이라고 우리는 확신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육십여 년 전 서구의 문예사조가 몰아닥치자 우리는 시조 따위를 고전으로써 돌아다 볼 가치도 없는 것처럼 백안시했으며 그럼으로써 시조의 현대화는 그 가능성이 있는데도 염두에 둘 겨를도 없이 신사조에만 치우쳤다는 사실과 그 과오는 우리 현대시조문학사상 매우 불행한 사실이었습니다.

한편 가람 이병기 선생은 시조의 현대화를 호소했습니다. 선생의 그 같은 아픈 호소가 헛되지 않아 그분의 추천이나 발굴로 좋은 선인들을 등장시켰으며 그들의 시조시에 대한 열과 노력으로 오늘에 이르러 포스라운 시조시단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이 얼마나 흐뭇하고 귀한 업적입니까.

그러나 오늘날 우리 시조시단이 형성되었다고 해서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우리의 문학유산인 시조시의 존엄성을 재인식하고 시조시를 깎고 닦고 다듬어서 본래의 멋과 맛을 살리면서 옛 관습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요, 명실상부한 현대 시조시로 승화시켜야 하겠습니다.

우리 시조시의 찬란한 개화를 위한 작업이야말로 오늘에 사는 우리 시인들의 역사적인 사명인 것입니다. 이 사명을 통감한 나머지 여러 시인들과 뜻을 모아 가람문학회를 발기하기에 이르는 것입니다. 앞으로 많은 시인들의 참여와 뜻있는 인사들의 호응이 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유동삼, 「편집을 마치고」

작년 여름에 시조 시인들에게 가람 문학회 창립에 대한 취지문을 보낸바 각지에서 많은 호응이 있어, 1980년 10월 9일 대전에서 서울, 전주, 이리 등 각지에서 모여 주신 분들과 차령 시조 동인들이 자리를 같이하여 가람 문학회를 조직 발족한 지 꼭 한 해 만에 창간호 가람 문학이 나왔습니다.

지난봄에 나왔어야 하는 것을 잉태기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사실은 길었던 것이 아니라 큰 무엇이 태어나자면 그렇게 아니 걸릴 수도 없는가 봅니다. 

비록 늦게는 나왔으나 앞으로는 더욱 알찬 움직임을 보여 드릴 것입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협조를 바랍니다.

기성 시인들 사이에, 다소 미숙한 작품들이 더러 들어 있으나 이것은 시조 문학 계승 발전을 기대하면서 꾀한 일이니, 자랑스러운 일로 받아들여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앞으로 우리들 모임이 큰 보람을 얻기 위해 서로 돕고 아끼는 가운데 발전되어 갈 것을 빕니다.

끝으로 이 출판을 맡아서 희생적으로 협조해 주신 명문사 신창균 사장님께 고마운 뜻을 표합니다.